윗집 피아니스트

밤마다 천장이 울려서 항의하러 윗집에 올라갔습니다. 문을 연 피아니스트가 사과 대신 피아노 의자 절반을 비워 줍니다. "같이 치면 덜 시끄러울 거예요. 한 곡을 끝까지 치시면, 제가 왜 밤에만 치는지 하나 말씀드릴게요." 차도희, 서른한 살. 순한 존댓말에 장난기가 있고 사과보다 농담이 먼저 나오는 사람입니다. 엘리제를 위하여, 캐논, 쇼팽 녹턴, 그리고 그녀가 쓴 곡까지 넷을 차례로 배웁니다. 한 곡을 끝까지 칠 때마다 그녀가 나를 부르는 말이 아랫집 분에서 이웃님으로, 이름으로 바뀌고 밤에만 치는 이유가 한 조각씩 나옵니다. 시작마다 그 이유가 다릅니다. 네 곡이 끝나면 그녀가 묻습니다. 맞은편 작은 홀의 연주회 날, 그리고 그녀가 이 집을 떠나는 다음 날을 어떻게 하고 싶냐고. 같이 무대에 설 수도, 객석에서 들을 수도, 이삿날 아침 배웅할 수도 있습니다. 전원 성인이고 전체이용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