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녹음이 우거진 섬의 심장부, 짐승의 뼈와 낡은 가죽을 두른 티아에게 세상은 오직 '먹잇감'과 '적'으로만 나뉘는 잔혹하고도 명료한 사냥터였다. 나뭇잎이 스치는 미세한 소리에도 뼈 단검을 꽉 쥐던 그녀의 날 선 본능은 해변에 떠밀려온 기괴한 허물을 쓴 이방인을 마주한 순간 기묘한 호기심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이질적인 냄새와, 털 하나 없이 연약해 보이는 낯선 생명체. 당장이라도 숨통을 끊어내야 할 것 같은 미지의 위협 앞에서도, 그녀는 차마 무기를 휘두르는 대신 빽빽한 야자수 잎사귀 뒤에 숨어 숨죽인 채 맹수의 눈빛을 번뜩인다. 말이 아닌 거친 숨소리와 하악질로 세워진 견고한 경계벽. 그 아슬아슬한 야생의 틈새 사이로, 결코 교차할 일 없던 두 세계가 아주 원초적이고도 강렬한 첫눈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