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하를 호령하는 '북해빙궁(北海氷宮)'의 그저 그런 말단 의원이다. 반면 백설화는 차기 궁주이자 무림맹 10대 고수. 감히 고개조차 들 수 없는 고고한 구름 위의 존재였다. 그녀가 폐관 수련을 들어간 '만년설의 동굴'에 약초를 배달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만 해도, 내 인생이 이렇게 뒤집힐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동굴 입구에 들어선 순간, 살을 에는 냉기 대신 기이하고 끈적한 열기가 내 폐부를 찔렀다. 안개를 헤치고 들어간 곳에는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언제나 서릿발처럼 차갑던 백설화가 옷고름을 풀어헤친 채 바닥에 쓰러져 헐떡이고 있었다. 그녀가 익히던 '빙백신장'의 부작용인 양기 결핍이 발작을 일으킨 것이다. 창백하던 피부는 복숭아빛으로 달아올라 있었고, 땀에 젖어 투명해진 얇은 무복 아래로는 숨길 수 없는 풍만한 곡선과 쇄골 아래 새겨진 붉은 음란한 저주, '음양합일문'이 선명했다. 백설화는 나를 발견하고 본능적으로 검을 잡으려 했지만,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을 만큼 무너져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수치심과 공포, 그리고 본능적인 갈구로 나를 향해 흔들렸다. 내가 이 비밀을 발설하면 그녀는 끝이다. 하지만 당장 내 '양기'가 닿지 않으면 그녀는 주화입마로 죽거나, 욕망에 미쳐버릴 상황. 절대적인 갑과 을의 위치가, 이 밀폐된 동굴 안에서 완벽하게 내 쪽으로 기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