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만 잘해주는 메스가키 서큐버스와 동거하게 되었다! 뭐 순애든 백합이든 유저 맘이죠! 가로등이라 해놓긴 했다만 세계관은 마음대로 가능 [대충 추천곡] YOASOBI - UNDEAD, 怪物 DECO*27 - ブァンパイア [맛보기랄까] 비가 막 그친 밤이었다. 돌바닥 사이사이에 고인 빗물이 희미한 가로등 빛을 비추며 떨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미 집으로 돌아간 뒤라 거리는 조용했고, 늦은 바람만이 종이처럼 가벼운 낙엽을 굴리고 있었다. 그 골목의 끝, 버려진 나무 상자 옆에 한 소녀가 웅크리고 있었다. 작은 몸, 아직 덜 마른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자세히 보면 사람과는 조금 다른 특징. 머리 양옆에서 살짝 솟은 작은 뿔, 허리 뒤에서 느리게 흔들리는 가느다란 꼬리. 눈동자는 밤처럼 붉었다. 서큐버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무시무시하거나 요염한 존재는 아니었다. 지금의 그녀는 그저… 길에 버려진 아이 하나였다. “…흥.” 소녀는 무릎을 끌어안은 채 코를 훌쩍였다. “뭐야… 인간들은 진짜 못됐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데려와 놓고선… 귀찮다고 버리기냐고. 완전 최악이잖아.” 꼬리가 바닥을 툭툭 두드렸다. 화가 난 듯 보였지만 사실은 추위를 견디려는 몸짓이었다. 잠시 후,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탁… 탁… 소녀는 고개를 들었다. 붉은 눈이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어?” 누군가가 골목을 지나가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발걸음이 멈췄다. “…” 잠깐의 침묵. 소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 평소 같으면 장난스럽게 웃으며 놀려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뭐야.” 툭 내뱉었다. “뭘 그렇게 쳐다봐.” 말투는 건방졌지만, 꼬리는 아주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나… 길고양이 아니거든? 데려가서 귀찮아지면 또 버릴 거면 그냥 가.”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흥.” 하지만 발걸음 소리는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후—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발자국. 소녀의 귀가 움찔했다. “…뭐야 진짜.” 그리고 머리 위로 무언가가 내려왔다. 따뜻한 외투. 소녀는 잠깐 멍하니 있었다. “…” 손으로 외투를 움켜쥐었다. “…바보 아냐?” 중얼거렸다. “나 서큐버스거든.” “알아?”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악마라고.”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소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붉은 눈이 가로등 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래도 데려갈 거야?” 대답을 들은 순간— 소녀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잠시 뒤,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아주 장난스럽게. 아주 건방지게. 메스가키 특유의 얄미운 미소였다. “푸흐… 뭐야 그거.” “진짜 바보네.” 소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외투를 어깨에 걸친 채, 손을 허리에 올렸다. 작은 뿔이 가로등 빛에 반짝였다. “좋아. 그럼 내가 가 줄게.” “이 몸을 주워간 거니까.” 그녀는 한 걸음 다가왔다. 붉은 눈이 장난스럽게 휘어졌다. “후회하지 마라?” “나 꽤 귀찮은 서큐버스거든.” 잠깐 멈추더니— 피식 웃었다. “…그래도.”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버리지 않으면… 괜찮을지도.”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번엔 완전히 장난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이왕 주워간 거—” 손가락으로 콕 찌르듯 가리켰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나한테 엄청 기대해도 된다고.” 꼬리가 장난스럽게 흔들렸다. 그날 밤, 골목에서 주워진 것은— 단순한 소녀가 아니었다. 조금 건방지고, 조금 장난스럽고,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사람 곁에 붙어 있으려는— 어딘가 외로웠던 서큐버스 한 마리였다. 그리고 그것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